맨시티는 경기 시작 5분 만에 존 스톤스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가득메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어 맨시티는 13분 잭 그릴리시가 윌프레드 은디디의 핸드볼 반칙을 유도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엘링 홀란드가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가장 ‘맨시티다운 골’은 이날 세 번째 득점이었다. 맨시티 특유의 강한 압박이 중원에서 레스터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볼을 가로챈 케빈 더브라위너가 공격 진영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하는 홀란드에게 정확한 전진 패스를 연결했다. 홀란드는 정확한 왼발 퍼스트 터치로 잡아놓은 볼을 살짝 띄우는 재치 있는 왼발 슈팅으로 득점하며 자신의 결정력을 발휘했다. 이 득점으로 홀란드는 프리미어 리그(38경기 체제) 단일 시즌 최다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3-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한 맨시티는 다가오는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FA컵 4강 경기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후반 다섯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맨시티가 이날 75분경 켈레치 이헤아나초에게 한 골을 허용해 홈에서 무실점 승리에 실패한 점이 이날의 유일한 오점이었다. 평소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교체카드에 보수적인 편인데, 경기 초반 선보인 고강도 퍼포먼스가 후반전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카일 워커
맨시티는 레스터를 상대로 최근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3-2-4-1 포메이션을 또 가동했다. 이날 묵묵히 자신의 전술적 가치를 가장 잘 발휘한 자원은 카일 워커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3-2-4-1 포메이션은 센터백 스톤스가 ‘2’에 해당하는 후방 미드필더로 배치된다는 점, 그리고 보통 백3 수비라인이 가동되는 포메이션에서는 ‘윙백’에 더 가까운 측면 미드필더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워커의 이날 활약이 돋보인 이유는 그가 이 자리에서 윙백(측면 수비수)이 아닌 윙어(측면 공격수)에 더 가까운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워커는 스프린트 최고 속력이 시속 36.6km으로 어느 포지션을 기준으로 해도 최정상급 스피드를 보유한 선수다. 대개 빠른 발을 보유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가 34~35km인 점을 고려할 때, 워커의 스피드는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워커의 평균 능력치
[그림] ATT: 공격, DEF: 수비
평소에도 워커는 수비수로서 탄탄한 수비력뿐만 아니라, 높은 위치에서 공격에 가담하는 ‘공격형 윙백’으로도 수준급 활약을 펼쳐왔다. 그는 이번 레스터전에서는 아예 윙어 역할을 맡으며 백5 수비라인을 가동한 상대의 촘촘한 수비 진영에 균열을 냈다. 워커는 오른쪽 측면에서 2선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와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며 레스터를 괴롭혔다.
포지션 변화로 더 높은 위치를 선점한 워커의 히트맵
[그림] 왼쪽은 뉴캐슬전, 오른쪽은 레스터전 워커의 히트맵
더 흥미로운 점은 워커가 윙어의 역할을 맡으면서 수비 가담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날 그는 원래 자신의 포지션인 윙백 역할도 그대로 소화했다. 그가 상황에 따라 수비 진영으로 내려앉으며 공격 시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고, 수비 시 팀이 백3이 아닌 백4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며 안정감을 더해줬다.
반면 워커의 반대쪽에 배치된 이날 맨시티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잭 그릴리시는 확연히 다른 유형의 움직임을 선보였다. 워커와 그릴리시가 양 측면에서 형성한 비대칭 위치선정은 이날 두 선수의 히트맵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왼쪽은 그릴리시, 오른쪽은 워커의 레스터전 히트맵
‘수비형 윙어’에 가까운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른 워커. 앞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이 공수 능력을 두루 갖춘 워커를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지 지켜보는 것도 맨시티 경기를 보며 즐길 묘미가 될 것이다.
글 = 고민정
자료 = SofaS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