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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 돋보기] 평생 UCL 동경한 황인범, 맨시티 상대로 꿈의 무대 데뷔 준비

한국 대표팀 중원의 열쇠를 쥔 미드필더 황인범(26, 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유럽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격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랜 기간 UEFA 챔피언스 리그 출전을 꿈꾼 그가 맨시티 원정에서 드디어 '꿈의 무대'에 선다.

맨시티는 오는 20일 새벽 4시(한국시각)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영문명 레드스타 베오그라드)를 상대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타이틀 방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각각 잉글랜드, 세르비아 리그의 '디펜딩 챔피언'인 맨시티와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2023/24 UEFA 챔피언스 리그 G조 1차전이 열리는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최근 올림피아코스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중원 사령관 황인범을 영입한 구단이다. 무엇보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약 네 시즌 만에 복귀하는 챔피언스 리그 본선 무대 첫 경기부터 지난 시즌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한 '디펜딩 유러피언 챔피언' 맨시티를 만나게 돼 팀을 둘러싼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2019/20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조별 리그 성적 1승 5패로 탈락한 후 지난 세 시즌 연속으로 예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홈에서 올림피아코스를 꺾었으나 바이에른 뮌헨, 토트넘을 만난 경기에서는 모두 패하며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챔피언스 리그 본선 무대에 복귀하는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올 시즌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올여름 황인범 영입도 그가 과거 소속팀에서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유로파 리그를 차근차근 거치며 유럽대항전 출전에 익숙한 선수인 데다 한국 대표팀에서 쌓은 국제무대 경험을 높게 산 구단이 챔피언스 리그를 염두에 두고 야심 차게 꺼내든 카드다. 실제로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올여름 황인범을 영입하는 데 올림피아코스에 지급한 이적료 550만 유로(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77억 8500만 원)는 구단 역사상 선수 한 명을 위해 투자된 최고액이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불과 지난주 황인범 영입을 완료했다. 이 때문에 단 일주일 전까지 황인범의 맨시티 원정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지만, 그는 지난 17일 FK 추카리츠키를 상대로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이후 황인범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맨시티 원정 명단에 합류했다. 그는 현재 맨체스터에 도착해 시차 적응을 시작한 상태다.

펩을 동경하는 황인범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에서 지난 시즌을 마친 후 '네이버 스포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언젠가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맨시티의 존 스톤스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알려줬길래 저렇게 움직이는 걸까? 센터백을 그 포지션에 세우고 모든 움직임을 그 정도로 일일이 가르치는 감독은 정말 드물 것이다. 축구에 얼마나 미치고,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저게 가능할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과르디올라 감독과 훈련을 함께해보고 싶다"며 맨시티 경기를 보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황인범이 자신의 바람대로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훈련을 받게 된 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상대팀 선수로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하게 됐다. 황인범은 앞서 언급한 칼럼을 통해 "내가 중앙 미드필더라서 그런지 몰라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를 존경한다. 바르셀로나 때도 그렇고,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보면 ‘어떻게 저런 축구를 하지?’, ‘저런 생각을 어떻게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평소에 나는 축구 경기를 깊이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기는 자세히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평생 꿈꾼 UCL 데뷔, 맨시티 상대로 에티하드에서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는 건 황인범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한 지난 2019년, 당시 유럽 진출을 하기도 전이었으나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목표는 최상위 레벨에서 축구를 하는 거다. 개인적인 목표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 번은 꼭 뛰어보고 은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범은 기자가 "한 번보다는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아, 그렇다"며 씩 웃었다. 이때부터 그는 "MLS가 좋은 무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여기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유럽으로 진출한 선수들이 많았다. 내가 롤모델로 삼고,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이때 황인범 본인조차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활약할 기회가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상대로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맨시티를 상대한 한국 선수는 지난 2018/19 시즌 토트넘의 손흥민 후 황인범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주 츠르베나 즈베즈다 입단식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무대를 누비는 손흥민, 황희찬에게 맨시티를 상대해본 경험담을 이미 들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인범은 "90분 동안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고 들었다. 개처럼 뛸 준비가 됐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UECL, UEL 이어 UCL…모든 유럽대항전 경험하는 황인범

맨시티 원정에서 챔피언스 리그 무대 데뷔전을 앞둔 황인범에게 이번 기회가 더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사실 그에게는 이보다 더 일찍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을 기회가 있었다. 황인범은 2020/21 시즌 루빈 카잔으로 이적하며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는데, 당시 그에게 먼저 관심을 나타낸 팀은 크로아티아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였다. 디나모는 거의 매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동유럽의 명문이다. 그러나 당시 황인범은 섣부른 챔피언스 리그 출전보다는 자신이 성장하는 데 더 적합한 무대라고 판단한 러시아 리그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판단해 디나모가 아닌 루빈 카잔 이적을 택했다.

황인범은 2020년 9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루빈(카잔)이랑 디나모의 오퍼가 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일단 매주 경기 일정이 있는 자국 리그부터 보자. 크로아티아로 가서 매 경기 3-0, 4-0으로 쉽게 이기고 그런 걸 원하면 크로아티아로 가면 되겠지만, 챔피언스 리그는 예선을 치르는 팀이기 때문에 본선 무대는 보장된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얘기를 하더라. 그렇게 생각을 했을 때 챔피언스 리그만 보고 크로아티아로 가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매 경기 정말 치열하게, 선수로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어떤 점을 채워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줄 리그로 갈까?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루빈이라는 팀으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 황인범이 그린 '큰 그림'은 이로부터 3년이 지난 현시점에 '유럽 최강' 맨시티를 상대로 끝내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 데뷔하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동안 황인범은 유럽에 진출하고도 예상치 못한 정세 불안으로 러시아를 떠나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입단한 올림피아코스와는 1년 만에 계약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겪었으나 선수로서는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그는 2021/22 시즌 루빈 카잔에서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예선, 지난 2022/23 시즌 올림피아코스에서는 유로파 리그 본선을 경험했다. 이어진 어려움 속에서도 매 시즌 '레벨업'을 거듭한 그는 이제 유럽대항전의 '끝판왕' 챔피언스 리그에서 '별 중의 별' 맨시티를 상대로 가장 빛나는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글 = 한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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