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두 선수는 27일(한국시각) 맨시티가 프리미어 리그 1위 아스널을 4-1로 대파한 31라운드 ‘빅매치’에서는 역할을 맞바꿨다. 올 시즌 막강한 전력을 과시해온 아스널조차 골잡이 홀란드가 플레이메이커, 도움 선두 더브라위너가 문전을 파고드는 역할을 맡은 데 혼란을 겪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아스널은 마지막으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03/04 시즌 이후 19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아스널은 맨시티를 만나기 전 치른 세 경기에서 연이어 무승부에 그쳤다. 결국, 아스널은 맨시티와의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대패하며 무너졌다. 아스널은 맨시티와의 최근 12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2015년 이후로는 8년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아스널은 맨시티보다 두 경기를 더 치렀으나 양 팀간 격차는 단 승점 2점 차다.
아스널은 리그 1위 팀답게 경기 초반부터 거센 압박을 가하며 맨시티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맨시티는 이날 수비진의 공격 가담을 줄인 안정적인 백4 라인을 가동하며 금새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7분, 홀란드의 패스를 더 브라위너가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리며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궜다.
맨시티가 1-0 리드를 잡은 채 마무리 될 것만 같았던 전반전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더 브라위너의 정교한 킥이 존 스톤스의 헤더로 이어지며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9분 더 브라위너는 홀란드의 패스를 받은 후 상대 수비수의 다리 사이로 노련한 슈팅을 성공시켰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긴 아스널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은 또 홀란드-더브라위너 조합에 당한 셈이다. 이로써 맨시티는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며 ‘스코어를 지키기 위한 조율’을 시작했다.
후반 41분 롭 홀딩에게 실점하며 집중력이 떨어진듯 했던 맨시티는 이날 어울리지 않게 득점 기회를 놓친 홀란드가 후반 추가 시간 또 더브라위너의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는 4-1로 마무리 됐다. 홀란드는 이날 득점하며 ‘38경기 체제 프리미어 리그 단일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홀란드- 케빈 더 브라위너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홀란드(33골)이고 도움 1위 더브라위너(16도움)은 이날 역할을 맞바꿨다.
이날 맨시티의 네 골 중 두 골은 홀란드의 도움과 더브라위너의 득점으로 만들어졌다. 두 득점 장면을 제외하더라도 맨시티는 이날 홀란드가 만들고 더브라위너가 골을 노리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유효 슈팅을 만들어 냈다. 두 선수의 역할이 말 그대로 뒤바뀐 셈이다.
더브라위너는 올 시즌 현재 90분당 평균 슈팅 횟수가 2.5회인데, 이날 아스널을 상대로는 슈팅을 4회 시도했다. 반면 홀란드의 올 시즌 90분당 평균 키패스(동료의 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횟수는 0.8회에 불과하지만, 그는 아스널을 상대로 이보다 거의 네 배가 더 많은 키패스 3회를 기록했다.
위치가 바뀐 홀란드와 더브라위너
실제로 위 그림을 통해 맨시티의 아스널전 평균 포지션을 보면, 홀란드(9번)의 위치는 평소보다 현저히 낮은 센터서클 부근까지 내려왔다. 반대로 미드필더 더브라위너는 홀란드보다 미세하게 높은 위치에서 맨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움직임의 폭이 달라진 홀란드
앞서 열린 맨시티의 이달 경기 히트맵을 나열해놓고 비교해도 주로 박스 안에서 활동한 홀란드의 역할이 아스널전에서는 바뀌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아스널을 상대로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오가는 활동 구역의 폭이 넓어졌고, 터치 횟수도 더 많이 기억했다.
패스 횟수? 홀란드는 늘어났고, 더브라위너는 줄었다
2022/23 시즌 90분당 홀란드 평균 패스 수: 16 회
아스널전 홀란드 패스 수(90분 출전): 23회
2022/23 시즌 90분당 케빈 더 브라위너 평균 패스 수: 59회
아스널전 케빈 더 브라위너 패스 수(79분 출전): 34회
아스널전 두 선수의 패스 횟수를 보면 홀란드는 평소보다 많이, 더브라위너는 평소보다 적은 패스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 더브라위너가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이날 그의 역할이 평소와 비교해 얼마나 달랐는지를 실감케 하는 차이다.
xG(기대 득점)
2022/23 시즌 90분당 케빈 더 브라위너 xG: 0.22골
아스널전 케빈 더 브라위너 xG: 0.6골
xAG(슈팅으로 이어진 기대 도움)
2022/23 시즌 90분당 홀란드 xAG: 0.17도움
아스널전 홀란드 xAG: 0.40도움
이 전까지 주로 득점을 담당한 홀란드는 아스널전 기대 도움이 두 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온 더브라위너는 기대 득점이 무려 세 배가 늘어났다.
지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맨시티의 두 핵심 선수는 아스널 전에서 서로의 확고하던 역할을 맞바꾼듯한 경기를 펼쳤고,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프리미어 리그뿐만이 아닌 FA컵 결승과 챔피언스 리그 4강을 앞두며 트레블을 노리는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이러한 변칙적인 전술이 이제는 남아 있는 모든 경기가 올 시즌 성패를 가를 빅매치가 될 맨시티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지 지켜보자.
글 = 고민정
자료 = SofaScore, FBR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