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황희찬은 최근 문전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컵대회를 포함해 7경기 4골을 기록 중이다.
황희찬과 맨시티의 맞대결이 국내 팬들에게 큰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프리미어 리그 역대 최고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엘링 홀란드(23)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홀란드는 지난 시즌 맨시티로 이적해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 관련 기록 상당수를 갈아치우며 골든부트, 올해의 선수상 등을 거머쥐었을 뿐만이 아니라 팀과 구단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황희찬과 홀란드가 맞붙는 건 이번이 다섯 경기째다.
홀란드는 작년 여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시티로 이적했는데, 그가 황희찬을 처음 만난 곳은 이에 앞서 몸담은 오스트리아 명문 RB 잘츠부르크에서였다. 홀란드와 황희찬은 2019/20 시즌 전반기 약 5~6개월간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제시 마시 감독 체제의 잘츠부르크에서 최전방 공격진을 구성한 두 기둥이었다. 당시 홀란드는 반 시즌 만에 컵대회를 포함해 22경기에 출전해 무려 28골 7도움을 기록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도르트문트로 떠났다.
홀란드가 잘츠부르크에서 기록한 10골은 황희찬과의 합작품
당시 황희찬은 홀란드와 공격 조합을 이루며 볼이 없을 때는 영리한 움직임, 볼을 소유했을 때는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유린한 후 연결하는 적재적소의 패스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역할에 집중했다. 황희찬은 4년 전 잘츠부르크에서 2019/20 시즌 전반기 22경기에 출전해 득점은 아홉 골로 홀란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반 시즌간 무려 14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당시 황희찬은 홀란드의 골을 만들어준 도움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가 2019/20 시즌 전반기에 기록한 14도움 중 10도움이 홀란드의 골을 만들어낸 패스였다. 홀란드가 잘츠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넣은 28골 중 3분의 1 이상이 황희찬이 찔러준 패스로 만들어진 셈이다. 반대로 해당 기간 황희찬이 기록한 아홉 골 중 홀란드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득점은 잘츠부르크가 헹크를 상대한 UEFA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터진 한 골이다.
황희찬과 홀란드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발휘한 위력은 오스트리아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둘은 당시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서도 나란히 여덟 경기에 출전해 헹크뿐만이 아니라 리버풀, 나폴리와 같은 강호를 상대했다. 당시 챔피언스 리그 조별라운드에서 홀란드는 8골 1도움, 황희찬은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유럽 무대를 흔들었다.
반 시즌 만에 깨진 환상의 조합 홀란드와 황희찬, 이후 맞대결만 네 번
그러나 황희찬과 홀란드의 조합은 굵고짧게 마무리됐다. 두 선수 모두 2019/20 시즌 오스트리아와 유럽 무대를 가리지 않고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수많은 명문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결국, 잘츠부르크는 시즌 도중 도르트문트의 제안을 받은 홀란드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고, 황희찬도 시즌을 마친 후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그렇게 이 둘은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적’이 됐다.
황희찬과 홀란드는 독일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라이프치히가 레드불 아레나로 도르트문트를 불러들인 2020/21 분데스리가 7라운드 경기에서 황희찬은 71분 교체 출전, 홀란드는 선발 출전하며 약 20분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홀란드는 이날 결승골과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도르트문트가 거둔 3-1 완승의 주역이 됐다. 이후 두 선수는 라이프치히와 도르트문트가 진출한 DFB 포칼 결승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하며 진검 승부를 펼쳤다. 이번에도 승자는 홀란드였다. 그는 두 골을 몰아치며 도르트문트에 4-1 대승을 안겼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황희찬과 홀란드의 인연은 잉글랜드에서 이어졌다. 황희찬이 2021년 여름 울버햄튼으로 이적하며 먼저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했다. 홀란드도 이듬해 맨시티에 합류하며 프리미어 리그 무대를 누비게 됐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성사된 이 둘의 첫 만남은 지난 시즌 8라운드에서였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홀란드는 한 골을 기록했고, 맨시티는 황희찬이 교체 출전해 20분간 활약한 울버햄튼 원정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어 홀란드는 지난 1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황희찬이 선발 출전한 울버햄튼을 만난 21라운드에서는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또 맨시티에 3-0 승리를 선사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맺어진 황희찬과 홀란드의 인연, 여전히 친구사이
황희찬과 홀란드는 헤어진지 이제 거의 4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홀란드는 아직도 가끔씩 황희찬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댓글란에 출몰(?)해 국내 팬들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잘츠부르크를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황희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한글로 “날 따라와”, “사랑해” 등의 댓글을 달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희찬은 지난 3월 JTBC ‘한국인의 식판’에 출연해 잘츠부르크 시절에는 홀란드와 한식을 즐겼다는 비화를 털어놨다. 황희찬은 잘츠부르크 시절 자신과 친한 관계를 맺은 홀란드, 미나미노 다쿠미, 도미니크 소보슬라이 등이 경기 전날에는 한식을 먹는 루틴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희찬은 “잉글랜드에서도 구단 가족에게 한식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울버햄튼에서는 한식당을 찾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운동장 안에서도 홀란드와 황희찬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있다. 실제로 황희찬은 과거 잉글랜드 정론지 ‘텔레그라프’를 통해 “홀란드와는 한때 매일매일 같이 훈련했던 사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홀란드는 계속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언제든 팀을 위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존재였다. 나는 진정한 홀란드 팬”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글 = 한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