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큰 자부심의 원천이 된 벌이 공식적으로 맨체스터와 처음 연결된 것은 1842년이었다. 당시 맨체스터가 문장을 수여받으면서 방패 위 지구본에 일곱 마리의 벌이 새겨졌다.
특히 일벌은 맨체스터의 산업과 연대, 근면함을 상징하며, 지구본은 세계적인 무역 도시로서 맨체스터가 지닌 중요성을 의미했다.
산업혁명 당시 맨체스터는 대량생산을 선도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벌집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일벌에 비유됐다. 수많은 노동자들로 가득했던 공장들은 맨체스터를 잉글랜드 북부의 산업 중심지를 넘어 19세기 세계 산업을 이끄는 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상징성은 매우 깊다.
맨체스터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과 창의성 위에 세워진 도시다. 방직공장 노동자와 엔지니어, 상인, 발명가, 육체 노동자들이 힘을 모은 결과 도시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벌은 이들의 근면함과 협동심, 그리고 집단의 힘을 상징했다.
여러 면에서 벌은 근면하고 독립적이며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동시에 노동계급의 뿌리에 강한 자부심을 가진 맨체스터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맨체스터 벌은 어려운 시기와 세계대전, 비극적인 사건들을 거쳐오면서도 도시가 하나로 뭉쳐야 할 때마다 다시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주변 해역을 순찰했던 HMS 맨체스터는 선박의 문장과 굴뚝에 벌을 새기고 ‘비지 비(Busy Bee)’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 배는 1942년 어뢰 공격을 받았다.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양조업체 보딩턴스도 1970년대 벌을 상징으로 채택했다. 술통과 두 마리 벌로 구성된 로고는 맥주 자체만큼이나 유명해졌다.
맨체스터 대학교 역시 학교 문장에 세 마리의 일벌을 자랑스럽게 새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벌은 오히려 도시 곳곳에서 더욱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맨체스터 시티 역시 지역 사회와 맨체스터의 역사에 늘 깊은 연관을 맺어왔다. 구단은 2009/10시즌 맨체스터 벌에서 직접 영감을 받은 원정 유니폼을 선보였다. 검은색 바탕에 노란색 어깨 디자인이 적용된 유니폼이었다.

이는 구단과 맨체스터 벌의 첫 직접적인 연결이었지만, 마지막은 아니었다.
2017년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테러로 22명이 목숨을 잃고 1,000명 넘는 사람들이 부상을 입은 뒤, 맨체스터 벌은 역경 속에서도 하나로 뭉치겠다는 맨체스터 시민들의 의지를 상징하게 됐다. 모두가 하나의 벌집처럼 힘을 모아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겠다는 의미였다.
맨체스터 벌은 그 어느 때보다 도시의 마음과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수많은 맨체스터 시민들은 ‘함께라면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팔과 다리 등 몸 곳곳에 벌 문신을 새겼고, 이를 통해 수십만 파운드의 기금도 마련됐다.

연대, 회복력 그리고 굴하지 않는 의지.
2017년 7월 20일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벌 문양이 들어간 유니폼을 함께 착용했다. 해당 유니폼들은 이후 경매에 부쳐졌고, 수익금은 ‘위 러브 맨체스터 긴급기금’에 전달됐다.
맨시티는 이어 2017/18시즌 동안 팬들이 레플리카 유니폼에 벌 배지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배지는 하늘색 패치 위에 일벌을 담은 디자인이었으며, 수익금의 상당 부분 역시 폭탄 테러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위 러브 맨체스터 기금(We Love Manchester fund)에 전달됐다.

2018년에는 약 3개월 동안 ‘비 인 더 시티(the Bee in the City)’ 전시가 진행됐다. 각각 독특하게 디자인된 일벌 조형물 50개가 맨체스터 시내와 교외 곳곳의 건물 안팎에 설치됐다.
최근에는 트랜스포트 포 그레이터 맨체스터가 ‘비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트램과 버스, 자전거에는 일벌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노란색과 검은색 디자인이 적용됐다.

2026년의 맨체스터 역시 여러 의미에서 다시 하나의 거대한 벌집과 같은 도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인 맨체스터는 사람들의 노력과 추진력, 그리고 일벌과 같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놀라운 속도로 성장과 번영을 이어가고 있다.
맨체스터 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의 도시와 잘 어울리는 상징이 됐고, 놀라운 역사를 지닌 자부심 강한 도시와 쉽게 꺾이지 않는 정신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많은 도시가 공식적인 상징을 갖고 있지만, 맨체스터가 벌을 받아들인 것처럼 시민들이 하나의 상징을 이토록 진심으로 품은 경우는 흔치 않다.

맨체스터 공식 관광청 비지트 맨체스터(Visit Manchester)는 “맨체스터가 벌을 선택한 이유는 벌이 작지만 부지런히 일하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함께하면 하나의 강력한 공동체가 된다.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하다. 그리고 맨체스터 사람들이 무언가에 기쁘거나 신났을 때 왜 “I’m buzzing(벌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의미하기도 함)”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궁금했다면, 아마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