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상처를 남긴 레알 마드리드전을 마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단 3일 만에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맨시티가 21일(이하 한국시각) 첼시를 상대한 2023/24 잉글랜드 FA컵 4강 경기에서 베르나르두 실바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는 지난 18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120분 경기 후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체력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단 3일 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첼시를 상대로 후반전 베르나르두가 케빈 더브라위너의 크로스를 마무리하며 2년 연속 FA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맨유를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맨시티와 첼시는 이날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치열하게 싸웠으나 마지막에 웃은 주인공은 베르나르두였다. 특히 베르나르두는 맨시티의 FA컵 결승행을 이끌며 레알을 상대로 페널티 테이커로 나선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남긴 아쉬움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경기 내용

이날 경기는 맨시티가 최근 13년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른 27번째 공식전이었다. 맨시티는 불과 3일전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과 120분 경기를 치렀지만, 첼시는 5일 휴식을 취한 후 이날 경기에 나섰다.

초반 경기 주도권을 잡은 건 맨시티였다. 맨시티는 전매특허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수 마르크 쿠쿠레야, 치아구 시우바 등의 실수를 유도하며 기회를 엿봤다. 또한, 후방에서는 수비수 존 스톤스마누엘 아칸지가 수시로 역할을 맞바꾸며 최종 수비라인과 후방 미드필드 지역을 오가며 공격 작업을 지원했다.

그러나 첫 슈팅을 기록한 팀은 첼시였다. 첼시는 공격수 니콜라 잭슨과 콜 팔머가 연이어 맨시티의 골문을 노렸으나 슈테판 오르테가가 이를 손쉽게 막아냈다. 

곧 맨시티는 필 포든이 첼시의 코너킥이 역습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반대쪽으로 볼을 넘기는 긴 패스를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연결했다. 이후 볼을 이어받은 더브라위너가 문전으로 건넨 패스를 다시 포든이 받아 상대 골키퍼 조르제 페트로비치까지 제쳤으나 슈팅 각도가 틀어지며 득점하지 못했다.

맨시티가 가장 경계해야 했던 첼시 선수는 팔머. 맨시티 유스 아카데미 졸업생인 그는 불과 올 시즌 초반까지 맨시티에서 활약하다가 첼시로 이적해 맹활약 중이다. 그는 이날 친정팀 맨시티를 상대로 위협적인 위치 선정과 기회 창출 능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맨시티는 만만치 않았던 첼시의 공격력을 오르테가 덕분에 막아낼 수 있었다. 오르테가는 전반전 이어진 팔머, 잭슨의 위협적인 슈팅을 차례로 선방했다.

불과 3일 전 120분 경기를 치른 맨시티는 이날 FA컵 4강전에서 선수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역력했다. 선발 출전한 수비수 스톤스는 전반전 종료 후 바로 교체됐고, 후반전 중반에는 그릴리시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운동장에서 내려왔다. 그릴리시의 대안으로 도쿠가 교체 출전했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도쿠 카드’는 결국 적중했다. 도쿠의 움직임이 84분 맨시티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도쿠가 찔러준 패스를 더브라위너가 문전을 향한 낮은 크로스로 이어갔고, 베르나르두가 깔끔한 마무리로 골망을 갈랐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후반 추가시간으로 8분을 부여했지만, 오히려 맨시티는 경기 막판 경기를 주도하며 무난하게 리드를 지켰다.

출전 명단

맨시티: 오르테가, 모레노, 워커, 스톤스(46’ 디아스), 아칸지, 아케, 로드리, 더브라위너, 베르나르두, 포든, 그릴리시(66’ 도쿠), 알바레스(88’ 보브)

대기: 에데르송, 코바치치, 고메스, 그바르디올, 누네스, 루이스

첼시: 페트로비치, 구스토(80’ 디사시), 찰로바, 시우바, 쿠쿠레야(88’ 칠웰), 카이세도, 페르난데스(88’ 스털링), 갤러거, 마두에케(80’ 무드리크), 팔머, 잭슨

대기: 베티넬리, 바디아실레, 길크리스, 추크웨마, 워싱턴

맨 오브 더 매치 

더브라위너는 지난 레알 마드리드전에 이어 3일 만에 선발 출전한 첼시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맨시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종횡무진 운동장을 누비며 경기에 적극적으로 관여했고, 경기 막판에는 볼을 몰고 코너로 돌진해 시간을 버는 노련미를 선보였다. 

이날 베르나르두의 골을 만든 건 더브라위너가 연결한 낮은 크로스였다. 단, 더브라위너의 크로스는 굴절되며 그가 도움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이와 별개로 더브라위너는 이날 공수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며 경기가 끝난 후 맨시티 팬들을 향해 전력질주해 달려가 기뻐하며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씻어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리액션

“정신적으로 회복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오늘 로드리의 경기력, 카일(워커)도 몇 주간 부상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어떻게 이 상황에서 생존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축구를 하고 싶다. 우리는 축구하는 걸 사랑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지나치다.”

“그러나 우리는 우승 트로피를 지킬 것이다. 다시 FA컵 결승 무대에 선다.”

“첼시는 속공으로 우리를 죽였다. 오늘 경기는 정말 타이트했다. 제발 연장전만 가지 않기를 바랐다.”

베르나르두 실바 리액션

“많이 화가 나는 한 주를 보낸 후 오늘은 매우 행복하다.”

“맨시티 선수라면 3일에 한 경기씩 출전해야 한다. 그래서 실망스러운 일이 있으면 2~3일 후 이를 만회할 기회가 빨리 온다.”

“우리는 지쳐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게 돼 기쁘다. 또 우승할 기회를 잡게 됐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많은 경험을 쌓았다. 우리는 항상 최고의 방법으로 실망스러운 상황에 대응한다. 오늘도 우리는 강력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승리의 의미

맨시티는 코벤트리-맨유 4강 경기 승자와 FA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FA컵 결승전은 오는 5월 25일 열린다. 이는 맨시티의 올 시즌 마지막 공식 경기다.

다음 일정

맨시티는 다시 프리미어 리그 일정에 돌입한다. 맨시티가 FA컵 경기를 소화한 21일 아스널은 울버햄튼을 상대한 프리미어 리그 33라운드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아스널은 맨시티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태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맨시티는 오는 26일 새벽 4시 브라이턴을 상대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 리그 3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이후 맨시티는 29일 새벽 12시 30분 노팅엄 포레스트 원정에서 프리미어 리그 34라운드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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