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가 이달 말,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이번 투어에서는 홍콩과 서울을 방문한다. 두 도시 모두 맨시티가 과거 특별한 추억을 쌓았던 곳이지만, 유럽을 벗어나 가장 최근 아시아를 찾았던 것은 2023년 FIFA 클럽 월드컵이었다.

2023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은 맨시티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주였다. 맨시티는 대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까지, 한 해 동안 ‘빅5’ 트로피를 모두 들어 올린 역사적인 2023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회는 32개 팀 체제로 확대되기 전 마지막 기존 방식의 FIFA 클럽 월드컵이었기 때문에 축구 역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아시아 프리시즌 투어는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동시에, 현지 문화를 경험하고 전 세계 팬들을 만나는 자리다. 하지만 당시 제다에서의 일정은 무엇보다도 ‘우승’이라는 목표가 우선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선수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 기회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 길에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맨시티는 리그에서 다소 주춤하며 프리미어리그 사상 첫 4연패 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클럽 월드컵은 시즌 후반기를 앞두고 팀이 다시 하나로 뭉쳐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그 시간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맨시티는 영국으로 돌아온 뒤 리그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로 1부리그 4연패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선수단은 식사와 휴식은 물론 다양한 편의시설까지 모두 갖춰진 전용 숙소에서 머물며 대회를 준비했다.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는 준결승과 결승전이 모두 열렸다. 맨시티는 준결승부터 대회에 참가해 일본의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맞붙었다.

대회를 앞두고 우라와가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우라와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서도 탄탄한 수비를 앞세운 팀이었다.

예상대로 우라와는 전반전 대부분을 버텨냈다. 맨시티는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쉽게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마테우스 누네스의 크로스를 우라와 수비수 마리우스 회이브로텐이 자책골로 연결하면서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후반 시작 직후에는 마테오 코바치치가 맨시티 데뷔골을 터뜨렸다. 카일 워커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은 코바치치는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15분을 앞두고 베르나르두 실바가 마테우스 누네스의 슈팅이 골키퍼 손에 맞고 흘러나오자 가장 먼저 반응해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원정을 떠난 맨시티 팬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맨시티는 이제 단 한 경기만 더 승리하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위치에 섰고, 이는 과거의 맨시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감격스러운 변화였다.

그렇게 결승전 상대는 브라질 명문 플루미넨시로 결정됐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플루미넨시의 페르난두 디니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 철학의 차이가 큰 화제가 됐다. 디니스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중 실시간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유동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만 플루미넨시는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팀이었다. 여러 선수들이 유럽 무대를 경험한 뒤 브라질로 복귀한 만큼 이름값도 상당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 출신의 왼쪽 풀백 마르셀루였고, 펠리페 멜루와 간수 역시 유럽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훗날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하게 되는 안드레와 존 아리아스도 선발 출전했으며, 당시 43세였던 골키퍼 파비우 역시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은 맨시티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킥오프 직후 마르셀루의 롱패스가 흐르자 나단 아케가 이를 가로챘고, 약 25야드 거리에서 시도한 강력한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이어 골문을 비우고 몸을 던진 파비우를 틈타 훌리안 알바레스가 가슴으로 밀어 넣으며 경기 시작 1분도 채 되지 않아 선제골을 터뜨렸다.

플루미넨시는 전반 27분까지 맨시티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그러나 필 포든이 중앙으로 연결하려던 패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크게 굴절되며 골키퍼 파비우를 넘어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소 행운이 따른 득점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맨시티는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포든도 후반 25분 자신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훌리안 알바레스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현지 팬들의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들도 있었다. 경기장 전광판에 간간이 비칠 때마다 엘링 홀란드와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홀란드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운 훌리안 알바레스는 후반 43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4-0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와 라이트 쇼가 펼쳐졌고, 이는 맨시티가 이뤄낸 역사적인 업적을 축하하기에 충분했다.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까지 모두 석권하며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 해를 완성했다.

올여름 맨시티는 다시 아시아를 찾는다. 이번 투어에서는 즉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10개월 동안 또 다른 우승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