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감정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전설들을 떠나보내는 시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끝났기 때문에 슬퍼하지 말고, 함께했기에 웃어라.’
반슬리 출신의 품격 있는 센터백과 리스본 출신의 에너지 넘치는 미드필더만큼 시티 팬들에게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들도 드물다.
두 선수는 함께 모든 대회를 통틀어 783경기에 출전했고, 무려 40개의 우승 메달을 들어 올렸다.
FA컵 결승에서 첼시를 꺾었을 당시, 웸블리 로열 박스 계단을 함께 올라 프린스 윌리엄으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인물이 바로 베르나르두와 존이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상징적이었다.
물론 왕세자 역시 이번 주말 빌라전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상대 팀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맨체스터에 도착한 것은 존이었다. 그는 2016년 8월, 5천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에버튼을 떠나 시티에 합류했다.
고향 팀에서 성장한 그는 구디슨 파크 시절 이미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고, 2014년 5월에는 처음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됐다.
‘스톤지’는 현재까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87경기를 소화했으며, 이번 여름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 출전도 앞두고 있다.
베르나르두 실바는 종종 ‘펩 버전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맥가이버 칼)’라고 불린다.
그만큼 그의 활용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가 진정한 ‘블루스 브라더’라고 여기는 선수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베르나르두는 2017년 여름 4,35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모나코에서 시티에 합류했다. 그보다 앞서 모나코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 명승부 끝에 원정 다득점으로 시티를 탈락시켰고, 당시 베르나르두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31세가 된 지금도 그는 펩이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다.
가짜 9번, No.10, 윙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어떤 역할을 맡겨도 그는 늘 기대에 부응했다.
에미레이츠 원정에서 왼쪽 풀백 역할까지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스날의 스타 플레이어 부카요 사카를 거의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렇기에 베르나르두가 세계 최고의 클럽들로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아온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유럽 빅클럽들이 시티의 핵심 선수 영입에 나섰다는 기사들이 신문과 이적시장 사이트를 장식하곤 했다.
물론 단순한 가십만은 아니었다.
베르나르두는 직접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시티에서 세 번째 시즌이었고, 코로나 시기였어요. 개인적으로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였거든요.
“다행히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개인적인 삶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도시나 축구 클럽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클럽을 사랑해요.
“다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고 떠나는 것도 생각했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남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펩이었습니다. 시티는 절대 저를 떠나게 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떠났다면 트레블, 프리미어리그 4연패, 그리고 수많은 환상적인 순간들을 놓쳤을 테니까요.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저는 3년 재계약을 맺었고, 그때부터 목표는 계약 기간을 끝까지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 클럽과 이 도시, 그리고 팬들을 사랑할 것입니다.”
존 스톤스는 지난 10년 동안 시티 유니폼을 입고 평균 17경기마다 한 번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잠시 그 놀라운 기록을 곱씹어보자.
그리고 펩 아래에서 그는 진정한 ‘롤스로이스 같은 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중앙 수비수임에도 미드필드로 전진해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고, 펩의 철학을 경기 위에 구현할 수 있는 선수로 완성된 것이다.
2023년 트레블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 존 스톤스가 팀에 끼친 영향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중심에는 그해 우승 경쟁의 흐름을 바꾼 아스날전 4-1 승리에서의 헤더 골이 있었다.
FA컵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라이벌의 동점골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 골라인 클리어를 시도하다가, 자신의 크로스바에 머리를 부딪칠 정도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또 한 번 특별한 모습을 보여줬다.
펩은 인터 밀란의 5백을 흔들기 위해 존을 미드필드로 전진시켰고, 그는 마치 미드필더처럼 경기를 지배했다. 당시 그의 퍼포먼스는 통계적으로 리오넬 메시와 비교될 정도였다.
하지만 존에게도 시티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 시즌 어느 시점에는 반복되는 부상과 몸 상태 문제로 인해, 아예 축구를 그만두는 것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31세의 그는 언제나 모두에게 미소를 건네는 선수다.
하지만 컵 결승전을 앞두고, 그는 ‘정신 건강 인식 주간’을 맞아 복서 캠벨 해튼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인터뷰는 전 세계 챔피언 출신이자 시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캠벨의 아버지 리키 해튼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루는 자리이기도 했다.
존이 자신의 커리어 속 기복과 고통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존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은 힘들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부상을 당했을 때였어요. 그때는 정말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아마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순간이었기 때문에 나온 생각이었을 겁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진짜로 은퇴를 원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는 모든 걸 쏟아부으며 준비했는데도 왜 계속 부상이 반복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냥 운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더군요.
“만약 제가 프로답지 못했거나 올바른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유를 스스로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왜 모든 게 잘못되어 가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고, 그 과정은 일종의 정신적인 고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싸웠어야 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뭘 쌓아왔는지를 생각해야 해요”
“5~6년 전, 구단이 저를 원하지 않았던 시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때 저는 싸우기로 결심했어요.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도 맞서 싸워왔고, 결국 스스로에게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왔습니다.
“그 순간도 결국 극복했고, 이후 삶에서 겪은 다른 어려움들에도 그 경험을 적용했습니다.
“계속 싸워야 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지금 자신이 가진 것들을 떠올려야 합니다.”
스톤스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이 클럽에서 제가 평생 사랑하게 될 한 가지는 바로 모두가 하나로 뭉쳐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시기든 힘든 시기든, 무슨 일이 있든 항상 모두가 곁에서 지지해줍니다.
“이 정도 수준의 유대감은 전 세계 어떤 클럽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팬들은 선수로서의 저, 그리고 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공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은 늘 열심히 일하고 버텨내야 하는 길이었어요.
“지금도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걸 쏟아붓는 것입니다.
“팬들은 그걸 알아봐 줍니다.
“제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는 것도요.”
지난주 웸블리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앙투앙 세메뇨의 환상적인 결승골 덕분에 시티는 통산 8번째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는 주장 베르나르두 실바가 8주 사이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3만 5천 명의 시티 팬들이 No.5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베르나르두는 그 특별한 순간을 가장 소중한 동료와 함께 나눴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반려견 이름을 존의 이름에서 따왔을 정도로, 그를 아끼는 팀메이트였다.